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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제주의 봄, 그 속살까지 느낄 수 있는 방법 빅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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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Jejueco 날짜16-06-23 22:39 조회1,37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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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제주의 봄, 그 속살까지 느낄 수 있는 방법 빅4! [중앙일보]
제주별전 … 별나게 즐기기


제주 서귀포에 있는 오름 고근산에 오른 빅토르 랴센세브. 뒤쪽으로 눈 덮인 한라산 정상이 보인다.


분명 둘이었습니다, 제주의 하늘은. 한라산 고갯길, 저 앞마루에 분명 파란 하늘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고개를 갸웃대다 깨달았습니다. 아지랑이의 장난이었구나. 햇살의 희롱에 몸 단 아스팔트가 몽실몽실 피워올린 아지랑이, 그 아지랑이가 살짝 하늘의 푸른빛을 훔친 겁니다. 서울이 꽃샘 추위에 시달리던 지난 주말, 남녘 제주는 이미 제대로 봄이었습니다.

유명 관광지는 처음부터 관심 밖이었습니다. 버스.렌터카 타고 도는 여행도 졸업했습니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제주의 속살. 그 농밀함을 두 팔, 두 다리, 온몸으로 느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찾은 이가 제주 토박이보다 더 토박이 같은 러시아인 여행사 사장님, '레포츠 천국 제주'를 꿈꾸는 산악자전거(MTB).인라인스케이트 동호회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알게 된 제주는 양파 같았습니다. 벗겨도 벗겨도 끝이 없었습니다. 오름 트레킹, 원시림 임도(林道) MTB 하이킹, 인라인스케이트로 해안도로 달리기, 삼나무 길 따라 스쿠터 달리기. week&이 소개합니다. 봄날의 제주, 그 속살을 온 몸으로 느끼는 네 가지 새 방법.

"관광지처럼 복잡하지 않죠, 운동 되죠, 아이들 공부 도움 되죠…."

오름 예찬이 끝없다. 말 소리만 들으면 영락없는 한국 사람. 완벽한 한국어에 이따끔 제주 사투리까지 섞는다. 하지만 빅토르 랴센세브 제주에코여행사 대표는 분명 러시아인이다. 블라디보스토크 극동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전공했고, 한국 벤처기업을 주제로 석사 학위도 받았다. '한국통'으로 모교에서 교수 자리까지 약속 받았지만, 제주도로 3박 4일 수학여행을 왔다가 인생이 바뀌어 버렸다.

"아시아 여러 나라를 다녀봤지만 제주 같이 매력적인 자연 환경을 갖춘 곳은 처음이었어요. 서양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통하겠다 싶었죠. 요즘 유행하는 말로 '블루 오션'을 발견한 느낌이었어요."

연세어학당 강사를 거쳐 2001년 제주에 정착했다. 2년 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생태 트레킹 전문 여행사를 차렸다. 유명 관광지는 제쳐놓고 크고 작은 오름, 쇠소깍.갯깍 주상절리대 같은 제주만의 비경을 소개했다. 모두 다 직접 걸어 답사하는 방식이었다. 여름에는 해수욕장이 아닌 한적한 바닷가를 찾아 스노클링(간단한 장비로 즐기는 수중 관광)도 곁들였다. 결과는 대성공. 예상대로 외국인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지금도 고객의 3분의 2는 외국 관광객이다. 2년 연속 문화관광부 우수여행상품 인증도 받았다.

"성공했다고요? 멀었어요. 아직 제주를 모르는 외국인이 얼마나 많은데요. 6월에 꼭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돼야 할 텐데…."

트레킹 … 편한 신발, 윈드 재킷 필수

▶W1면서 계속 오름이란 큰 화산 옆에 생긴 작은 기생 화산을 말한다. '(산을)오르다'에서 파생된 명사라는 추측이 많다. 하지만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산 혹은 산봉우리의 제주 방언'이라고만 나온다. 이 말도 맞다. 섬 전체가 화산 지형인 제주도에선 한라산을 제외한 거의 모든 산.봉우리가 다 오름이다. 확인된 것만 대략 360여 개. 빅토르 대표는 이 중에 200여 개를 올랐다. 그중 이맘때 가장 좋은 곳으로 고근산을 꼽았다.

"보통 봄엔 아부.용눈이.백약이.따라비 오름에 가요. 하지만 아직 일러요. 동쪽 오름은 4월은 돼야 초록빛이 제대로 나거든요."

고근산은 제주 남쪽 서귀포 신시가지 뒤쪽에 있는 표고 396m의 야트막한 오름이다. 이름만 산이지 언덕이나 동산에 가깝다. 오르기도 쉽다. 폐 침목을 이용해 나무 계단을 만들어 놨기 때문이다. 그저 뒷산 약수터에 가는 심정으로 쉬엄쉬엄 오르면 금방이다.

하지만 막상 정상에 오르면 생각이 바뀐다. 사방으로 탁 트인 전망은 절로 탄성을 자아낸다. 오르던 방향 그대로 고개를 들면 한라산의 웅장한 모습이 들어온다. 커다란 날개를 좌우로 한껏 펼친 듯한 모습. 서귀포와 고근산을 그 품에 폭 안은 형상이다. 정상까지의 거리는 10㎞. 하지만 결코 먼 거리는 아니다. 조금만 시력을 돋우면 산 주름 하나하나, 눈 그림자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보인다. 정작 문제는 날씨. 고고한 한라산은 쉬 그 자태를 보여주지 않는다. 구름이나 눈안개 뒤로 숨기 일쑤다.

"운이 좋네요. 며칠간 구름이 잔뜩 꼈거든요. 조금 더 늦었으면 눈이 아예 다 녹았을 거고요."

고개를 뒤로 돌리자 이번엔 에메랄드빛 바다가 가슴을 적셔온다. 정면에 서금도, 그 왼쪽으로 좀 더 큰 범섬이 떠있다. 맑은 날씨 덕에 저 멀리 마라도까지 보인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화산 모습이 제법 뚜렷한 대형 오름이 눈에 들어온다. 서쪽 성산과 맞먹는다는 동쪽의 명산, 산방산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돔(Dome)형 화산. 그 앞은 산방산과 더불어 제주 남서부의 맹주라는 군메오름(군산)이다. 정상에 두 개의 뿔 바위가 있다. 용머리에 돋은 뿔의 형상이라는데 실상 봉곳한 것이 여인네 젖가슴을 더 닮았다.

몸을 조금 더 돌리자 이번엔 층층이 쌓인 초록 계단이 눈에 띈다. ㈜태평양에서 운영하는 도순다원이다. 기후.습도 등이 차 재배에 최적이라, 설록차 중에서도 으뜸이라는 '일로향'이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휘휘 돌아 주변 풍경을 구경한 다음엔 굼부리(분화구)를 둘러볼 차례. 고근산 굼부리는 옛날 설문대할망이란 거신이 한라산을 베고 누워 물장구 칠 때 엉덩이를 걸쳤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둘레가 총 700m, 사스레피나무.산철쭉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지형이 평탄한 편이라 굼부리 아래까지 내려가지 않으면 20~30분 만에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고생했수다." 오름을 내려오는 길에 빅토르 대표가 인사를 건넨다. 하지만 못내 아쉬웠던 모양. 꼭 가보라며 다른 오름 몇 개를 더 추천해 줬다.



■ 용눈이오름=알 오름 2개가 딸려 있는 복합 화산. 봉우리 세 개가 모인 정상에 말굽형 굼부리가 있다. 앞쪽에 잔디밭이 있고, 미나리아재비.할미꽃 등이 자란다. 평생 오름 사진을 찍은 고 김영갑 작가가 가장 사랑했던 오름. 용눈이란 이름에 대해선 두 가지 설이 있다. 전체 형상이 용을 닮았다는 설과 굼부리 모양이 용이 누웠던 자리 같다는 설.

■ 절울이오름(송악산)=성산 두산봉, 우도 쇠머리오름과 함께 굼부리 안에 굼부리가 있는 이중 화산. 첫째 굼부리는 지름이 500m, 둘레가 1.7㎞, 둘째는 둘레가 400m, 깊이가 69m다. 특히 둘째 굼부리는 경사각이 평균 70도에 달해 거의 수직처럼 보인다. 남동쪽이 화산 퇴적층으로 이뤄진 해안절벽이다. 이 절벽에 절이(파도)가 부딪치며 울음소리를 내는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 왕이메오름=정상에 깔때기 모양의 커다란 원형 굼부리가 있고 그 주위에 작은 굼부리들이 등을 맞대고 있는 복합형 화산. 산굼부리가 한라산 동부 산록의 대표라면 왕이메는 서부 산록의 대표격이다. 옛날 탐라국 삼신왕이 이곳에서 사흘 동안 기도를 드렸다고 해서 왕이메란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 트레킹 상품=제주 에코(http://jejueco.com, 064-763-6606) 주말 하루 코스 6만원(성인 1인 기준). 중식.가이드비.여행자보험 포함 가격이다. 원하면 맞춤일정도 짜 준다.

■ 준비=등산화나 걷기 편한 신발,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윈드 재킷이 필수. 일부 오름은 사유지라 출입이 통제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여행할 땐 소재지 면사무소 등을 통해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2007.03.15

<제주> 글=김한별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2662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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