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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 굴렁쇠:::푸른 바다 위에 행복을 심는 여행자, 제주도 여행 가이드 빅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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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Jejueco 날짜16-06-23 22:56 조회1,189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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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 위에 행복을 심는 여행자, 제주도 여행 가이드 빅토르

동토의 주민, 제주도의 푸른 물빛에 사로잡히다
빅토르와 제주도의 인연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교환학생으로 경기대에 다니면서부터 시작된다. 학기가 끝날 무렵 우연히 제주도를 찾은 그는 러시아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제주도의 독특한 자연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러시아로 돌아간 뒤, 그는 블라디보스토크 대학에서 한국어와 한국 경제 공부를 마치고 1997년 연세대 어학당 강사로 다시 한국을 찾는다. 이 시기, 친구의 권유로 배운 스킨스쿠버다이빙은 그가 제주도의 매력에 빠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다이빙을 통해 제주도가 간직한 내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것이다. 그는 조금씩 제주도의 모든 것에 관심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1년 말, 제주도로 완전히 이사를 온 빅토르는 본격적으로 제주도와 함께할 인생을 설계한다. 이 무렵 러시아에 남아 있던 그의 부인 나타샤 나자렌코 Natasha Nazarenko도 제주도에 내려온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여행사 ‘제주에코’(www.jejueco.com)를 오픈한 2003년 말까지의 2년간은 이들에게 매우 힘든 시기였다. 이때 빅토르에게 신념을 밀고 나가게 해준 결정적 사건이 일어났는데, 결혼 후 9년 동안 생기지 않던 아이, 마리아 Maria가 태어난 것이다. 제주도가 선사한 이 사랑스러운 선물은 빅토르와 나타샤에게 희망의 빛을 던져준 계기가 되었다. “아직은 출발선 상에 있지만, 저는 이곳에서 저와 제 가족의 미래를 발견했습니다. 제주도가 우리 가족에게 보여준 호의의 손길에 보답하는 방법은 제가 지금껏 보고, 듣고, 느끼며 찾아낸 제주도의 아름답고 풍요로운 자연을 전 세계에 알리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가족과 함께 바다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다
제주도 정방폭포에서 빅토르와 5년 만에 만났다. 아내와 딸이 보이지 않아 물어보니 학교가 파하지 않아 같이 오지 못했다고 한다. 제주도에는 외국인 학교가 없는데, 그렇다면 그냥 여느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일까? “마리아는 아무래도 한국에서 태어났으니 한국 아이들과 어울려 학교 다니는 데 큰 어려움을 못 느끼는 것 같아요. 오히려 요즘은 러시아 말을 안 배우려 하니 더 큰일이죠.” 빅토르가 장비를 착용하면서 마리아 이야기를 시작한다. “가족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것은 1년에 두세 차례밖에 되지 않아요. 게다가 친구라고는 저희 부부 친구들의 아이들밖에 없으니, 아무래도 마리아에게는 제주도가 더 고향처럼 느껴지겠죠.” 학교가 끝나면 마리아는 여느 한국 아이들처럼 영어 학원에 다니고, 학원이 끝나면 월드컵 센터에서 수영도 배운다고 한다. 한국식 교육을 받지 않은 부모 아래 자란 마리아가 전형적인 한국식 수업을 받고 있는 것이 다소 의아했다. “다들 하는 것은 배워야겠죠. 적어도 중럭玆紵閨?때까지는 한국 아이들과 경쟁을 해야 하니까요.”
2시간 정도 지나 마침내 나타샤와 함께 마리아가 미팅 장소에 합류했다. 엄마 뒤에서 고개만 내밀고 우리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짙은 녹색의 눈빛이 예쁜 여자 아이였다. 시간이 없어 곧바로 촬영 분량을 위해 스노클링을 먼저 하기로 했는데, 나타샤가 안절부절못했다. “마리아가 물을 너무 좋아해요. 저희가 바다에 들어가면 따라서 들어오려고 할 테니 걱정이에요. 그러니 저희가 들어가는 동안 마리아를 꼭 붙잡아주세요.”
빅토르와 나타샤를 촬영하는 동안 마리아는 내 옆에 앉아 집에서 가져온 비눗방울을 불며 얌전히 기다렸다. 그 사이 마리아와 말을 하면서 많이 친해졌고, 스노클링 촬영이 끝나고 가족사진을 찍을 때는 마리아가 오히려 내 손목을 잡고 이끌었다. 빅토르가 아이를 달래며 말했다. “아이가 혼자라 그런지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과도 금세 친해집니다. 아이를 봐선 하나 더 갖고 싶기는 한데….” 말하면서 빅토르는 슬쩍 아내의 눈치를 보았다. 마리아도 나타샤의 눈치를 보고, 빅토르도 나타샤의 눈치를 보고. 너무 익숙한 풍경을 금발의 외국인이 연출하니 한 편의 코미디를 보는 듯해 웃음이 나왔다.
모든 촬영이 끝나고 빅토르에게 가족의 미래를 물었다. “아마 우리 부부가 러시아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제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아내도 제주도 생활에 만족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마리아는 아직 모르겠어요. 나중에 국적을 선택할 나이가 되면 알아서 하겠지만, 아마 이곳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빅토르 가족에게 제주도는 완전히 제2의 고향이 된 듯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에서 앞으로 다시 만날 때는 이 가족에게 더 이상 ‘이방인’이란 단어를 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요즘 가장 행복한 일이 무엇인지 물었다.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빅토르가 휴대폰을 꺼내 문자 하나를 보여주며 말했다. “마리아 담임 선생님이 보낸 문자예요. 학교에서 매우 잘하고 있으니 칭찬을 해주라는 내용이죠. 마리아는 언제나 저희 부부에게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장 큰 행복입니다.”
과거에 빅토르와 나타샤는 제주도의 자연에 매료되어 떠나지 못했지만, 지금 그들이 여기에 머물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그 바다를 사랑하는 마리아 때문일 것이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웃고, 울고, 영어와 한국어, 러시아어로 재잘거리고, 물장구치는 마리아가 매일매일 그들에게 행복을 선물하기 때문에. 아니, 어쩌면 푸른 바다는 이 이방인 가족이 자신의 품 안에서 행복을 키워가는 모습을 영원히 보고자 강력한 마법으로 이들의 마음을 잡아두었는지도 모르겠다.
글 성열규 사진 황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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