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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Summer: 제주 문화예술재단 기사, 제주,마음으로품다_빅토르라셴세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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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Jejueco 날짜16-06-23 23:06 조회45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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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Summer: 제주 문화예술재단 기사, 제주,마음으로품다_빅토르라셴세브:::

글: 박범준 (바람도서관 관장)


“나는 서귀포가 참 좋아요.”

서귀포에 사는 러시아인 빅토르 라셴세브(Vitor Ryashentsev·39), 그가 하는 한국말은 지나치게 유창하다. 물론
서귀포에서 태어나 새서귀초등학교에 다니는 그의 딸 마샤의 완벽한 한국어만큼은 못하지만 말이다. 그가 태어난 나라 는 세계에서 제일 넓은 국토를 가진 나라다. 유럽의 동북쪽에서 출발한 러시아의 국토는 우랄산맥을 넘고 아시아 대륙 북쪽의 광활한 시베리아 평원을 가로질러 한반도 북쪽까지 다다른다. 그들이 먼 동쪽의 끝이라는 뜻으로 극동이라고 부르는 지역에 자리 잡은 중심도시 블라디보스토크가 바로 빅토르의 고향이다. 소비에트 시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태어난 빅토르에게 과연 2012년의 제주도는 어떤 의미일까? 빅토르와 그의 아내 나타샤(Natasha Nazarenko·32)가 제주 에 정착한 것은 벌써 10년이 넘게 지난 2001년의 일이다. 제주에서 낳은 딸 마샤가 벌써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고, 러시 아 극동대학에서 한국어와 한국경제를 공부하며 배우기 시작한 그의 한국말은 한결 유창해졌다.


“여러 나라를 다녀봤지만 제주도처럼 매력적인 자연 환경을 갖춘 곳은 처음 봤어요. 제주도에서 저의 미래를 발견했다고나 할까요?”

그의 고향 블라디보스토크는 한국에서 비행기로 불과 2시간 거리에 있다. 동쪽을 정벌한다는 이름 그대로 러시아의 동진정책을 상징하는 도시이며, 상업과 행정 그리고 군사적으로도 러시아 극동지역의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동방의 진주라 불리는 아름다운 항구도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태어난 빅토르는 블라디보스토크 극동대학에서 한국어와 한국경제를 공부하면서 처음 한국이라는 나라와 인연을 맺었다. 그러다가 1994년 한국에 어학연수를 와서 수학여행으로 찾은 남쪽 섬 제주도와 그는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마음속에 제주도를 품고 블라디보스토크로 돌아간 빅토르는 모교에서 강의를 하며 대학원을 마쳤다. 하지만 본격적인 고민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한창 개방의 물결이 밀려오던 당시 러시아에서 한국어와 한국경제를 전공한 그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이 이미 너무도 깊게 자리 잡고 있었고, 결국 1997년 서울의 연세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연세어학당에서 러시아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다시 한국으로 오게 되었다.

“결국 1997년 다시 한국에 왔어요. 연세대 어학당 교환강사로 와서 러시아어를 가르쳤지요.러시아에선 한국어 전공자가 많지 않아서 학문이든 경제 쪽이든 맘만 먹으면 제대로 할 수 있었는데, 도저히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어요. 그래서 3년 만에‘ 귀환’했지요.”

그리움 끝에 달게 온 길이었다. 아내 나타샤를 남겨두고 혼자 차린 서울 살림이었다. 빅토르는 서울에 살면서도 시간 날 때마다 제주를 들락거리며 자연을 만났다. 스킨스쿠버 다이빙도그때 배웠다. 결국 1년 후에는 아내 나타샤도 남편을 따라왔다. 외동딸의 외국행을 아쉬워하는 부모님을 뒤로 하고 서울로 온 것이다. 막상 한국에 온 나타샤 역시 남편과 함께 찾은 제주의매력에 흠뻑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서울은 마치 새장(bird cage)과 같은 답답한 곳이었다. 함께 제주도를 찾고 스킨스쿠버를 즐기기 시작하더니, 그때부터 제주로 이주를 재촉한 것은 오히려 아내 나타샤였다. 하지만 서울에서 제주로 이주는 그리 간단한 결정이 아니었다.


“정작 제주에 정착하려고 마음먹은 2001년쯤에는 모교인 블라디보스토크 극동대학에서 연구원 제의가 왔었거든요. 그때는 갈등을 좀 했지요.”

다운시프트(downshift). 자동차를 운전할 때 기어를 낮은 단으로 옮기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기어 낮추기’ 정도가 될까? 인생에서 종종 우리는 업시프트(upshift)와 다운시프트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 경우가 있다. 경제적인 여유, 세속적인 명예 혹은 또 다른 무언가를 위해 속도를 높이는 선택과 그 반대의 선택 사이에서 고민하는 상황 말이다. 2001년 빅토르와 나타샤는 바로 그런 갈림길에 섰다. 그리고 과감하게 제주도를 선택했다. 경제적인 수입이 적더라도 천천히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택한 것이다. 2001년 드디어 아내 나타샤와 제주도로 내려온 빅토르는 서귀포 신시가지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업시프트를 했다면 모교에서 연구에 전념하며 안정적인 수입과 명예를 얻을 수도 있었겠지만 다운시프트를 한 그는 맨바닥에서 먹고 살 길을 찾아야 했다.

그가 선택한 일은 바로 자신을 반하게 한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관광객에게 소개하는 여행사였다. 2년 여의 준비 끝에 그는 외국인을 위한 제주생태관광 여행사 사무실을 서귀포 신시가지에 열었다. 비록 작은 사무실이지만 제주의 생태관광을 안내하는 제주에코(www.jejueco.com) 인터넷 홈페이지와 서울, 경주 등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홈페이지 디스커버코리아(www.discoverkorea.co.kr)를 운영하는 당당한 국제여행사다. 하지만 그의 여행사는 다른 여행사들과 조금 다르다. 자신의 고향인 러시아는 물론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영어권의 관광객들에게 대한 민국과 제주도를 소개하기 때문에 그의 고객들은 대부분 외국인들이다. 제주에코 여행사의 여행상품에 이름난 관광지는
그 중심이 아니다. 크고 작은 오름이나 쇠소깍 같은 조용한 바닷가를 찾는다. 일반 관광객에게는 그 이름도 생소한 제주만의 비경을 함께 걸으며 답사하는 방식으로 1년에 수백 명의 관광객들을 제주도에서 만나고 있다. 이러한 여행상품으로 그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우수 여행상품 인증을 받기도 했다. 한 번의 프로그램에 적게는 2명, 많게는 10명의 관광객이 참가하다 보니 참가자 모두 오붓한 분위기에서 제주도 자연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

빅토르가 느끼는 제주도의 매력은 무엇일까?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가 꼽은 제주의 가장 큰 매력은 아름답고 독특한 자연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안내와 대중교통편이 부족한 것은 물론 단점일 수 있다. 관광객의 90% 가량이 내국인이고, 외국인 관광객도 대부분 단체여행을 통해 가이드의 안내를 받는 상황이라 개별적으로 여행을 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안내나 인프라가 부족한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푸껫이나 방콕처럼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오고가고 그들을 위한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처럼 외국인 관광객을 노린 악덕상술이 판을 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제주도의 또 다른 장점이다. 비록 외국어가 잘 통하지 않지만 친절함이 몸에 밴 제주도 사람들도 제주도가 가진 중요한 경쟁력이다.

빅토르의 고향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는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불과 2시간 거리다. 그렇지만 한반도 남단의 섬, 그들의 광대한 국토에 비하면 작아 보이기만 하는 섬 제주도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빅토르는 일 년에 한 번은 관광 관련 박람회에도 참가해 제주도를 알리는 한편 고향을 찾아 가족과 친구들도 만난다. 그렇다고 해도 낯설고 물설은 제주도에서 살아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제주에서는 제주 사람이냐 아니냐가 상당히 중요한 기준이 된다. 제주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린 사진작가 고 김영갑 선생이 20년 동안 제주도 중산간을 떠돌았지만 어쩔 수 없는‘ 육지 것’이었던 것처럼, 대한민국 제주도에서 빅토르는 여전히 파란 눈의 외국인이며 육지 것이다. 누구보다 제주의 매력에 푹 빠져 제주 자연의 전도사 역할을 하면서도 매년 2번씩, 6개월마다 체류 연장을 신청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그의 현실이다. 6개월마다 빅토르는 육지 것으로 제주에서 겪는 소외감과 외국인으로서 한국이라는 나라에 살아가는 어색함을 재확인하는 의식을 치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내 나타샤는 아직 한국말이 서툴러 빅토르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에게 러시아어가 낯설고 어렵듯, 그네들에게도 한국어가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러시아 말보다 한국말이 더 익숙하고 능숙한 딸 마샤도 외국인 학생으로서 힘든 부분이 있긴 하지만,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한창 사회활동이 활발할 시기에 낯선 땅에서 말벗이 없어 외로울 법도 한데, 늘 밝은 웃음이 떠나지 않는 빅토르는 만나는 사람조차 기분 좋게 만들만큼 에너지가 넘친다.

“제주도는 내가 좋아서 택한 곳이에요. 복잡한 도시를 떠나서 사는 것이 좋아서 제주도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외롭거나 힘들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삶, 자신의 가족과 함께 겪는 제주도에서의 새로운 경험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빅토르의 모습에서 더욱 풍부하고 다양한 삶들이 넘쳐날 제주도의 미래를 예감해본다.

 산에 올라라!
제주에 가면 한라산만 볼 게 아니라 수많은 오름을 올라볼 것.
가볍게 오름에 올라 숨 한번 들이마시고 탁 트인 주변 경관을 감상하면 그게 제주의 참모습이다.

 물속 제주를 즐겨라!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이나 잠수함 관광을 추천하고 싶다.
특히 서귀포 앞바다의 연산호 군락지는 세계에서도 유명한 곳이니 빼놓지 말 것.

 제주 바다의 비경에 안겨라!
섬이라 어디를 가도 마주치는 바다, 해수욕장, 깎아놓은 듯한 절벽(주상절리)은 그가 손꼽는 최고의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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